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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9일차 - 비엔나 돌아다니기

샤우트써니 2019. 3. 4. 20:00

2019년 1월 8일 화요일 - 비엔나 날씨 비 그리고 흐림

 

이탈리아 여행에서의 날씨는 정말 축복 받은 것 같았는데, 북쪽으로 좀 올라왔다고 추위와 바람도 모자라 눈과 비가 지속되고 있다. 숙소 문을 나서니 우산까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굵은 빗방울이 간간히 흩날리고 있었다.

중요한 일정은 다음날 계획되어 있었기에 이 날은 대략적으로 가볼만한 곳만 생각해 두었는데 베네치아와 마찬가지로 숙소 주인분의 조언과 추천으로 방문장소와 순서를 바꾸어 원래는 오후에 가려고 했었던 '쇤부른 궁전'을 일찍 찾아 가는게 사람도 없고 좋을 것이라고 해 그렇게 했고 다행히 줄 서지 않고도 표를 구매하고 입장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쇤부른 궁전은 겨울에 찾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무척이나 들었는데, 아니 차라리 눈이라도 많이 내렸다면 모를까 겨울에 비와 강한 바람이 부는 상황에 찾으니 정말이지 암울하기 짝이 없다. 궁전 내부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고 해서 관람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고, 처음으로 궁전다운 궁전을 보는 것 같아 재미도 있지만 생각보다 큰 감동이나 확 잡아끄는 무언가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오스트리아가 사랑한다는 '시시왕비'에 관한 것이 가장 많이 보이는데, 뭐 '시시티켓'이라는 것까지 있을 정도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고, 우리도 그 시시티켓을 끊어서 박물관을 돌려고 했지만 숙소 주인분이 막상 가봐야 그릇이 가장 많을 뿐 생각보다 볼게 없다고 해서 일정을 바꾼거였는데, 쇤부른 궁전을 관람하면서 시시왕비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귀족가의 가문에서 사촌인 황제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게 되었고 엄한 왕실규정과 독한 시어머니, 일 중독인 남편에 지쳐 외모와 낭만여행만 알았던 불운의 여인이면서도 왕비다운 면모가 보이지 않는 그러한 인물이었다고 생각이 들어 그 인기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아주 짧은 시간동안 제한된 전시물과 설명으로 단편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기도 하고, 죽어다 깨도 모를 유럽과 극상류층들의 문화를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때서야 알았지만 프랑스 최악의 악녀 중 하나라는 '마리 앙투아네트' 안하무인과 사치스러움은 시시왕비의 딸이여서 그랬나 싶었다.

 

궁전 내부는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에 열심히 눈으로 담고, 외부로 나와서 쇤부른 궁전의 가장 볼거리라는 정원을 보고자 하였으나 초반에 언급했듯이 비와 바람과 엄청난 추위에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겨울이라 푸르름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눈도 아닌 비로 인해 바닥은 진흙 같이 변해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고, 엄청나게 넓은 광활한 정원을 휘감고 도는 바람은 돌아다닐 엄두도 나지 않게 한다. 너무나 아쉬웠다. 일정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 멋진 정원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덥더라도 푸르름이 가득할 때 한 번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다음은 비엔나에서 절대 놓치면 안될 것 같은 '클림트'의 '키스'를 보기 위해 '벨베데레궁전'으로 향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쇤부른궁정보다는 벨베데레궁전에 좀 더 정감이 갔다. 다만, 추운 날씨에 대기하는 관람객을 위한 배려로 천막을 엄청 크게 설치해 놨는데, 그 깊은 배려는 좋으나 한편으로는 궁전의 멋진 자태를 가리어져 제대로 볼 수 가 없음에 또 다른 아쉬움이 남는다.

 

 

벨베데레 궁전은 쇤부른 궁전과 달리 내부 촬영이 자유스럽고 '클림트'의 작품 말고도 눈길을 끄는 멋진 작품들이 꽤 있었다. 제대로 눈 호강하는 날이어서, 오디오 가이드 하나 빌려서 호감 가는 작품들만 보면서 가도 족히 2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꽤 많은 작품들이 있었고, '유디트'를 시작으로 그토록 갈망(?)하던 클림트의 작품들이 나오고, 문 넘어 수 많은 사람들 너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와~우! 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키스'는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 완전히 천지차이였는데, 사진으로 볼 때는 그냥 독특한 그림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물을 영접하니 반짝반짝 거리는 모습은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광채가 나는 듯한 그 아우라는 몇마디 말로는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정도로 생각보다 그림 자체도 크고, 단순한 금빛이 아니라 황홀함 그 자체였다.

오스트리아에 혁명의 바람이 불던 시절 구 시대를 비웃고, 벗어나기 위한 수 많은 예술가들이 표현한 작품들은 당시에는 외설로 받아 들였을지 몰라도 지금의 시대에는 애틋한 애정이 깊게 녹아 보였다.

 

황홀했던 순간에서 벗어나 향한 곳은 '프라터 놀이공원'인데, 솔직히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

숙소주인분이 아침에 말씀해 주시며 유럽최초의 놀이공원인데 영화 촬영지도로 많이 쓰인다고 가보면 이쁘고 좋다고 해서 갔는데 이런! 문을 닫았다. 분명 여행책자에는 365일 24시간 내내 문을 연다고 되어 있는데 이게 뭐지? 가장 유명하다는 관람차 아래 상점에서는 몇몇 직원들이 분주하게 내부를 정리 중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조명이 꺼져 있어 공포영화에 나오는 곳 같은 을씬함마저 감돌았다. 

우리 같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서너팀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이내 당황스런 표정으로 있다가 발길을 돌리거나 좀 더 깊숙히 들어가고는 하는데 그마저도 서늘한 분위기에 금새 발길을 돌리고는 했다. 우리 역시 아쉬움에 여기저기 좀 둘러봤지만, 오후 4시를 갓 넘겼는데 텅빈 놀이동산에 벌써부터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자 더 이상 둘러볼 생각도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입구를 나설 때 또 한 가족이 들어서면서 아이 둘이 매우 신나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마저 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7월까지인가? 보수공사를 한다고 한다. ㅠ.ㅠ

오후 5시가 되어갈 무렵 '슈테판 대성당'에 도착을 하니 벌써 어두워진 관계로 멋진 조명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같은 독일 문화권이어서 그런지 뮌헨 시청사 같기도 한 느낌이 드는데 뮌헨 시청사가 남성스럽다면 '슈테판 대성당'은 여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는 매우 섬세하게 짜거나 수 놓은 듯한 드레스 같았는데 역시 독일과 같이 밤이라서가 아니라 그 원래 분위기 자체가 좀 어두운 감이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날이 너무 어둡다 보니 이미 하루가 다 지나간 것 같은 느낌으로 피로가 좀 더 빨리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은 야경을 볼 수 없기에 조금만 더 힘을 내 시청 건물까지 이동을 했다. 트램이 거미줄 같이 정말 잘 짜여 있어 이동하기는 정말 좋았는데, 시청 건물에 도착하니 우와~ 조명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낸 듯한 야경의 모습은 진정 장관이었다! 규모도 의외로 매우 컸고, 어디에도 충분히 자랑할 만한 건축물이었던 것 같다.

 

 

(모짜르트 하우스, 여행 전 남의 집은 안들어가는 것으로 정했는데 일단 입장료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이날 따라 희한하게 아쉬움이 가는 곳마다 묻어 나는데, 시청도 주변에 매우 큰 규모로 공사 중이어서 온전히 감상을 하기에 무리가 따랐고, 바로 옆 국회의사당은 높은 가림막까지 쳐져 있어 아예 볼 수도 없었다.

6시도 안된 시간이지만 비, 바람, 추위 그리고 긴 여정 끝에 피로가 쌓인 탓에 일찌감치 숙소로 가 저녁을 먹고 쉬기로 했다. 그런데 아마 이날 최고의 감동은 한인마트와 바로 큰 마트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탈리아와 뮌헨에서는 찾지도 보지도 못했던 곳들이라 안그래도 다 떨어져 가는 간편식품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특히 현지 마트는 그 물가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렴했다. 어른 손 두개는 되는 듯한 하리보 한 봉지가 2천원도 안하고, 면세점에서 선물용으로 사도 될 듯한 큰 초콜릿 상자도 3천원이 채 되지 않았다. 다음날 그 초콜릿만 20개는 산 듯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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