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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2일차 - 로마 일일 투어 (야경투어)

샤우트써니 2019. 1. 29. 19:00

2018년 12월 31일 로마 야경투어

 

숙소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보니 무료야경투어가 있단다. 그런데 사실 무료투어는 아니고, 팁투어다. 약 2시간 소요인데 투어가 끝나고 각자 생각한 팁을 드리는 것인데 이게 무지 어렵더라.....

휴식을 취하면서 고민을 하다가 원래 계획인 새해 카운트다운까지 마땅히 할게 없기도 하고, 우리만 돌아다니기엔 불안한데,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나가보기로 했다.

사전예약 같은 것은 아니고 미리 지정된 장소와 시간이 있고 그에 맞추어 나가는 것인데 막상 나가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모임장소는 테르미니역에서 조금 올라가면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이라는 곳인데, 아마 유럽 첫날이어서 더 그런지 몰라도 확실히 유여행하는 내내 로마보다 음침한 밤거리는 없었던 것 같다. 가는 길은 분명 몇몇 상정에 불도 켜 있고 사람도 다니는데 왜그리 어둡고, 음침하던지  발걸음은 절로 빨라졌다.

성당에 도착하니 제법 규모가 있는 듯 했다. 다만 보수공사를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주변이 철창으로 둘러져 있었다. 하지만 건물 외벽에 조명이 있어 꽤 아름다운 성당임을 알 수 있었고, 주변 광장도 넓은 편이라 많은 사람이 모이기 좋았던 것 같다.

인원은 약 30여명 정도 된 것 같았고, 오디오수신기 없이 진행이 되는데 이동 중에는 사람이 많다 보니 설명보다는 바로 옆에 분들과 이야기하고, 장소에 도착하면 빙 둘러서 이야기를 듣는 방식인데, 이날 가이드 하셨던 님 여성분인데 목소리가 아주 쾌활하고 우렁차셔서 설명 듣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

우선 테르미니역 인근으로 가서 교통권 없는 분들 일회권 하나씩 구매하고, 버스를 타고 바티칸 인근 '성천사성'으로 이동했다. 솔직히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갔는데 성천사성이다.

 

이것 참 로마에서의 투어는 알든 모르든 자꾸 불시에 닥치는 것 같다. 낮의 모습은 본적이 없어 애매하지만 아마 좀 황량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건물 자체 모습은 밋밋해 보이는 성 같았고 주변도 그렇게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불빛이 가득한 야경이 모든 것을 보완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 꼭대기 미카엘천사의 칼을 집어 넣는 동상인데 멋지긴 하다. 밤이라 찍어봐야 흔들리는 탓에 사진이 없지만 눈으로 열심히 담아야겠다 생각하고 멀리서나마 한참을 볼 수 밖에~

성천사성을 뒤로 하고 골목을 걷다 보니 안 그래도 가보고 싶었던 '나보나광장' 떡하니 나타난다. 판테온 인근이기에 점심 후 휴식시간에 다녀올 수도 있었겠지만 길도 모르는데 괜히 늦을까 걱정되어 미루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은 생각도 들었고, 나보나광장의 성당과 분수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나니 역시 로마는 설명이 없으면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가이드 분들이 필요한 절대적 장소인 것 같다.

누가 그랬는데 로마는 광장의 도시라고, 그래서 그런지 이날 하루 동안 본 로마의 광장들을 많이 접하면서 '캄피돌리아 언덕'을 제외하고는 좀 복잡스럽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으로 기억으로 남았는데, 나보나 광장은 잘 정리된 느낌과 보로미니의 성당도 멋지지만 베르니니의 강의 분수 또한 걸작이다. 정말 살아있는 듯한 멋짐이 그냥 폭발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광장의 품격을 한층 올려주는 것 같았다.

 

나보나 광장을 뒤로 하고 10분 정도 이동하니 역시 판테온이 나타난다. 조명으로 인해 낮과는 다른 느낌도 있지만 큰 차이 못 느끼겠고, 오히려 웅장함보다는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다.

판테온을 떠나 마지막 장소인 베네치아 광장에 도착하니 낮에는 햇빛으로 인해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엠마누엘레2세 기념관이 조명으로 인해 멋진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약 2시간 정도 되는 투어가 끝나니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각자 알아서 팁을 드리고는 숙소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콜로세움에서 새해 카운트다운하는게 목적이었으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하루 두번의 투어 강행군에 딸은 이미 중반부터 끌려 다니고 있었고, 새해맞이를 가장 희망하던 아내마저 녹초가 되어 비실거리는데 좀 쉬다가 또 나가볼까 했지만 야경투어 시작 전 테르미니역 인근에서 교통권 없는 분들이 일회권 하나씩 구매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동양인이 떼로 몰려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갑자기 주변 몇분이 황급히 '어어어' 그러면서 피하라고 해서 보니 일행이 모인 중앙 바닥에 엄지손가락 만한 폭죽이 불이 붙은 채 떨어져 있었고 잠시 뒤 터지면서 한동안 이명에 시다리기까지 할 정도로 엄청 큰 폭음이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저쪽 편에서 몇몇 젊은 것들이 히히덕거리며 웃고 있는데, 한국 같으면 충분히 멱살잡이라도 할 만큼 다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국 폭죽은 화려하고 소리가 그리 크지 않은데, 이탈리아 폭죽은 귀신을 쫓는다며 화려함보다 소리에 비중을 둔다고 한다.

그 테러사건으로 아이들은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피곤도 하고 해서 그냥 숙소에서 새해를 맞기로 했고, 밤새 사방에서 들리는 폭죽 소리에 쉬이 잠들기 힘들었다.

 

31일 딸의 감상 중 일부

가이드를 찾기 위해 막 돌아다니면서 찾았지만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이제 설명을 들으려고 이어폰을 꼈는데 내 귓구멍이 작아서 자꾸 귀에서 빠져 나간다. 그래서 설명을 듣고 싶을 때만 들었다.

근데 힘 들었다. 몇시간을 걸으며 구경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이드님이 설명도 잘해주시고 내 눈에는 이쁘신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야경투어를 간다고 하니 속으로 이랬다. ' 나 어떡해~ 나↗ 어떡해↘' 구경을 하는데 춥고 졸려서 어지러웠다. 투어가 끝나고 씻고 나니 기절하였다.

 

31일 아들의 감상 중 일부

콜로세움은 TV 또는 책으로만 봤는데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신기했다.

낮 투어를 마치고 힘든데 야경투어를 간다고 하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여행을 왔으니 갔는데, 내일 가려고 했던 곳들을 가서 웃겼다.

야경투어를 끝내고 침대로 직행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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