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황소처럼

유럽여행 2일차 - 로마 일일 투어 (오후) 본문

나의 발자취 여행/유럽

유럽여행 2일차 - 로마 일일 투어 (오후)

샤우트써니 2019. 1. 28. 19:00

2018년 12월 31일 앞글에 이어서 오후일정

베네치아 광장을 뒤로하고 초행길이기에 어딘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계속 따라가는데, 인도가 부쩍 좁아진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인도가 무척 넓어 한국에 돌아와서 좁은 인도를 탓하고는 했는데, 로마는 주요 도심임에도 매우 좁은 것 같다.

그러다 차량 한대 지나갈만한 듯한 골목길로 들어서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남아 있는 풍경과 함께 점심시간을 알리는 듯 식당들의 호객행위와 식당을 찾는 듯 두리번 거리는 분주한 사람들이 흥겹기만 하다. 여러 조명으로 한껏 꾸민 식당들이 많았으나, 큰 치장 없이 간단하게 꾸민 한 식당에 들어가니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가이드님 말에 의하면 평소 어느정도 기다려야 한다는데 일찍 도착했는지 운이 좋다고 하신다. 일찍이라기에는 이미 12시 정도 되었는데? 하지만 조금 있으니 줄을 서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30여분 정도 자유시간을 갖기로 해 골목을 빠져 나오니 헉 판테온이다!

(로마에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장소불문 담배를 핀다는 것이다. 줄을 서 있는데 앞에서도 담배연기가 풀풀 올라오는데 기차역 안에서도 피고, 유모차를 끌고 가면서도, 아이와 손잡고 가면서도 담배를 피고 거리 사방팔방 담배꽁초 천지다. 여긴 흡연자들의 천국이 아닐까?)

이거이거 로마에 와서 자꾸 생각지도 못하게 고대 건축물들을 맞이하는 것 같다. 좁은 골목의 끝에 그리 큰 광장과 이토록 큰 건축물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사람이 무지하게 많다!

2주전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임 말로는 여기뿐 아니라 로마 전체가 과장 좀 하면 텅텅 빈 것처럼 사람이 없었다는데, 우리는 진실의 입부터 시작해 갈수로 미어터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이드님 말로도 12월 초는 사람이 없었다고 ㅠ.ㅠ

 

하지만 엄청난 인파에도 불구하고 판테온의 그 웅장함은 절대 감추어질 수 있는게 아니었다. 게다가 이것도 기원전에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이라니?! 거기다 세월이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정말 놀랄 노자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생애 첫 젤라또를 사주는 동안 혼자 건물 외벽을 둘러보는데 이게 정말 2천년 전에 지은 건물이 맞나 싶다. 솔직히 아무런 지식 없이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한다면 시멘트로 대강 만든 건물로 보일 수도 있는 외벽 같기도 한데,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그게 2천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요즘 건물은 30년만 되어도 노후가 되어 재개발해야 한다고 난리인데 시멘트가 이토록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는 건축자재였다니?

내부 또한 엄청난 높이다. 아니 정말 그 시절에 저 높은 곳을 어떻게 만들었지? 저 기둥들은 코끼리를 이용했다는데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날랐지? 언제가 어디서 본 내용에 모든 수학, 과학, 예술, 건축 등 모든 것은 발전이 아닌 쇠퇴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정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비가 내려도 저 큰 구멍으로 비가 안 들이친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전 본 자료에서는 예전에는 내부에 벽난로도 때고, 횃불도 있어서 열기가 올라가다 보니 비가 튕겨 나간거라고, 그래서 지금은 비 오면 들이친다고 ㅋㅋ 다만 그 자료의 신뢰성은 확실치 않다.)

 

  

가이드 안내로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니 어느 성당으로 이동을 했는데 역시 투어코스에는 없었으나 트래비분수로 가는 중에 가이드님이 소개하고 싶은 곳이라며 안내를 해 주셨다.

성당 이름은 '산티냐시오 성당' 천장화가 진짜 예술이다! 후에 바티칸의 시스티나성당 천장화를 보고 나서도 그에 못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들은 바로는 건물을 아치형으로 멋지게 짓고 싶었으나 비용 문제로 한 신부님이 아치형처럼 보이게 직접 그리신거라고 한다. 여행책자나 다른 여행안내에서 보지 못했었지만, 누군가 여행코스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면 꼭 안내해주고 싶은 곳이다.  시스티나성당과 다르게 사람도 없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매우 마음에 들었던 곳이었다.

   

 

성당을 나와 조금 이동하니 무지막지한 인파를 접하게 되었다. 아까 판테온은 이 곳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으로 여기가 어딘가 하고 두리번 거리는데 트래비분수라고 한다.

헉! 분수는 보이지도 않고 사람만 보이는.... 그런데 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거라고 한다! 도대체 성수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거지? 지금껏 해외를 많이 다녀본 것도 아니지만서도 그나마 돌아다니면서 시부야거리 말고는 이렇게 사람이 밀집해 있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서울서 30여년 가까이 살면서 종로, 대학로, 명동 등이 주 놀이터여서 사람에 치이는게 일상사였는데 지방으로 내려가 10년 정도 사니 이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멀미 증상까지 날 때도 있는데 유럽에서 이런 경험을 할 줄이야. 솔직히 이젠 트래비분수보다 사람에 치이던 생각만 난다.

어쨋든 추억은 남겨야 하겠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파고들며 아래로 내려가니 틈이 안보인다. 게다가 아이들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틈을 안주고 밀어 붙이는데 살짝 화가 나기도 하고, 우리 부부야 솔직히 또 올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 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성장해 다시 찾아 추억을 되새기고 더 좋은 추억을 또 만들기를 바라면서 아이들만 동전 하나씩 주어 던지게 했다.

와 솔직히 여기는 정말 소매치기 당해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볼일을 마치고 가이드와 합류하기 위해 올라오는도중 잘 못따라오는 아들에게 괜히 짜증을 낸 것이 이내 마음에 걸려 아직도 미안하기만 하다.

트래비분수를 빠져 스페인광장으로 가는 중 '성모의 원주'라는 오벨리스크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매년 교황님이 꽃화환을 크레인 타고 올라가서 직접 거신다고 한다.

드디어 투어코스 마지막 장소인 스페인광장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많은 인파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드리 햅번의 젤라또 분위기는 일찌감치 접어야 했고, 가이드님의 마지막 설명을 끝으로 로마 일일 투어를 마치게 되었다.

 

투어코스에는 카타콤베 내부 관람이 있었지만 보수공사가 시작되어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여 부득이하게 생략이 되었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일찍 마쳤는데, 아마 카타콤베를 다녀 왔으면 스페인광장에서 야경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은 가이드분의 추천을 받아 '카페 그레고'에서 이탈리아 첫 커피를 맛보고 핀초언덕이라는 곳으로 향했는데 갑자기 체력이 확 딸리기 시작한다. 7시부터 일어나 뛰고, 걷고 지칠만도 한 것 같았다.

너무 지치기도 하고, 첫날부터 해가 지고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만 돌아다니기에는 자신도 없고 해서 잠깐 언덕 주변과 로마시내 풍경을 구경하다가 숙소로 향했다. 그러나 핀초언덕에서 바라보는 로마의 모습은 정말 추천받을 만한 장소였던 것 같다. 석양까지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 계속 그곳에 있었다면 꽤 아름다운 석양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나게 비눗방울 놀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어딜가나 똑같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지나가게 된 포폴로광장, 여행은 시간보다 돈과 체력의 문제인 것 같다는 것을 자꾸 잊고 깨닫고 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