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황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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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취 여행/유럽

유럽여행 1일차 - 로마를 향하여

샤우트써니 2019. 1. 23. 20:00

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 대한민국 날씨 맑음

교통편 : 대한항공 직항 (인천공항 2터미널 -> 로마다빈치공항)

            도착 후 한인택시 (사전에 카톡 예약)

숙소 : 로마인스테이션 4인실

 

2003년 너무나 무거웠던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던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던 시절, 나름 안정적이었던 직장과 염려해주던 지인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그리고 무모하게 향했던 뉴질랜드행은 이후 내 인생을 정말 많은 부분에서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해 주었고, 모든 일에 용기를 더 가져도 되겠구나 하는 힘을 주었고, 구두쇠 같았던 삶에 여유와 즐기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15년....

결혼 하면서 신혼여행을 하고, 회사 업무로 출장을 몇 번 다니기는 했지만, 삶의 변화 이후 간절히 원하던 유럽으로의 여행이 시작 되었고, 아마 아이들 보다 내가 더 설레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예전엔 혼자였지만 어느덧 온전히 나의 구성원이자 하나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이니 그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비행편은 15시 10분 출국이었기에 너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고 10시쯤 느긋하게 집에서 출발하니 12시 좀 넘겨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처음보는 2터미널이지만 1터미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은데, 다만 주차장이 너무 외곽만 있고 1터미널처럼 주차타워가 없는 것이 아쉬었다고나 할까.

공항에는 다행인지 사람이 많지 않아 일사천리로 티켓팅을 하고, 수하물을 붙이고, 출국 심사까지 마칠 수 있었고 면세점에서 지인들 줄 담배 좀 사고 아내가 오래 전부터 생각한 홍삼스틱을 구매했다. 홍삼스틱은 아내의 판단이 옳았던게 강행군일 수 밖에 없는 여행에 지치는 체력에 심리적으로라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런거 무지 싫어하는 아들조차 여행 5일째부터는 알아서 챙길 정도였으니 ㅋㅋ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았던게 현대적으로 해석된 멋진 전통공연을 보고, VR체험을 하다보니 어느덧 탑승 시간은 되었고, 수회에 걸친 비행에도 적응되지 않는 이륙 시 긴장감을 다시 느껴야 했고, 역시나 걱정했던대로 12시간 30분의 비행은 적응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볼만한 영화나 그럭저럭 즐길거리와 주전부리할 것을 언제든 주시니 어찌나 감사한지(다 비용에 포함되었어도 어찌나 감사한지)

허나 사람은 변덕쟁이인 것이 당시 폰에 끄적거렸던 내용을 보면

'이탈리아 가는길 멀긴 디게 멀다.

영화 두편(시카리오2, 서치)를 보고 때마침 로마 건축에 대한 다큐가 있어 1편을 봤는데도 6시간이 넘게 남았네

재미난 것은 해가 지는 것을 따라 비행하다 보니 창밖의 노을이 참으로 멋지게 이어지고 있었다.

잠을 청해 보려 80~90년대 추억의 팝송을 들으며 눈을 감았지만 역시 잠이 들지가 않는다.

한국시간 00시 11분, 이제 2시간 30분 정도 남았다

딸의 요청에 게임 몇 판 하고, 3번째 영화 '액슬'(망해도 싸다)도 봤고, 4번째 영화인 '킨:더 비기닝'을 보려구 한다.'

 

대강 이렇게 주절거렸네 ㅋㅋ

비행은 언제나 불안하다. 별 되도 않는 근심걱정을 항상 달고 사는 성격이기에 별의 별 헛생각도 많이 하는데, 내가 나를 생각해도 한심한 생각을 많이 한다. 다행이 시간은 가고, 비행기는 움직이기에 로마의 야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은 6시 30분쯤 되었던 것 같은데 밖은 이미 매우 어둡고 아이들의 흥분은 더욱 고조되기 시작한다.

입국심사는 미성년 자녀가 없는 경우 매우 간편하게(?) 심사를 하는 것 같은데, 미성년 자녀가 있으니 심층(?)검사를 하는지 줄이 매우 긴 곳으로 안내를 한다. 처음엔 그것도 잘 몰라 우왕자왕하다가 좀 뒤에 서게 되었고, 수하물을 찾으러 가니 이미 짐들이 거의 사라진 채 몇 개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공항을 나오니 매우 오래된 느낌이 나고, 다빈치의 인체해부도 형상이 떡 하니 서 있는 것을 보니 로마에 오긴 왔다보다. 하지만 지체할 틈도, 감탄할 틈도 없다.

밖에서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던 한인택시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시는데, 수하물 찾기 전 기사님과 통화하니 공항으로 나오기 전 짐 단속 한번 더 정확하게 하고, 어리버리 두리번 거리면 소매치기 표적이 되니 카톡 내용 잘 보고 바로바로 직행해서 찾아오라 하신다. 

그리고 사복경찰 만나면 절대 택시 불렀단 소리하면 안되다고 하시는데, 좀 불법인가 보다 ^^;; 걸리면 차량 압수해서 한동안 운행을 할 수 없게 한다고 하니, 무조건 친구가 마중 나왔다고 해야 한다고 하신다.

택시기사님은 70대는 되신 듯 한데 로마에 사신지 20년이라고 하셨나? 30년이라고 하셨나? 하여간 무지 오래 사셨다고 하는데 말씀이 끊기질 않으시고, 어쩌다 투어가이드 이야기가 나왔는데 헐~ 예약한 가이드업체 사장님이시라고 하시네

그러더니 우리 손님이라고 로마 역사에 대해 쭉 이야기 해주시는데 공항서 숙소까지 50분 정도 걸리는 길이 피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재밌게 갈 수 있었다.

나중에 투어가이드를 할 때도 중복되는 이야기는 한 10~20% 정도라 더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다만, 갑자기 우리를 위해 길을 약간 돌았다고 하시면서, 콜로세움과 개선문이 앞에 보인다고 하시는데,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면서 갑작스레 보게 된 콜로세움은 너무나 당혹스러웠고, 감동도 실망도 그 어떤 감정을 느낄새도 없이 사라져 갔다.

정말 말 그대로 헐~ 이었고 너무나 황망한 순간! 그 어마어마했던 기대감은 완전 물거품이 되었으니 ㅠ.ㅠ

일단 로마의 야경은 우리나라와 너무나 틀리다. 우리나라는 건축을 돋보이게 하려고 조명을 매우 화려하게 하는데, 로마는 노란빛 수십개를 켜 놓키만 한 것 같은 느낌?! 물론 어느게 옳다 좋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로마가 건축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 하지만 그러한 정보나 내용도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너머로 부분적인 모습만 보이는 콜로세움은 그냥 노란 빛에 감싸인 오래된 성벽 같았다. 정말이지 너무 볼품 없이 보였단 말야 ㅠ.ㅠ

콜로세움에 대한 황망함이 사라지기도 전, 숙소에는 순식간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며 처음 접한 로마의 밤거리는 너무나 휑 하였고 을씬년스럽기까지 했다.

짐을 내리고 체크인을 하고 숙소를 배정 받으니 진이 빠지고 피곤이 몰려왔던 것 같은데, 당시에 끄적거렸던 내용을 보니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로마의 첫 밤은 예상대로 낯설다. 오래된 건물과 대조를 이루는 숙소 내부, 좁은 욕실은 뉴질랜드에서 살던 집을 연상케 하고, 거리에 차 다니는 소리, 캐리어 끄는 소리, 누군지 모를 고성방가들은 전혀 방음이 되지 않는 상황까지 겹쳐 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아들의 감상 중 일부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도착을 하니 멀미를 했다. 멀미를 하던 도중 기차가 있어 먼저 문이 열리는 곳으로 타니까 가는 방향이었다. 한인민박을 가며 콜로세움도 보고, 로마 거리도 봤다. 내일은 무엇을 더 자세히 볼지 기대가 된다.

 

딸의 감상 중 일부

비행기 안에는 의자들이 많아서 갑자기 조금 멀미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었는데 의자에 앉으니 갑자기 멀미의 기운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영화도 볼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 중략- 착륙을 하니 이 생각이 났다. '아~ 소매치기!' 그래도 로마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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