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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취 여행/오세아니아

2003년 뉴질랜드 네이비스 번지점프

샤우트써니 2010. 4. 23. 17:32

134미터 네이비스 번지 당시 세계최고 높이를 자랑했다.

번지를 하기 위해 뒤에 보이는 케이블카를 타고 중앙으로 이동해야 한다.

어릴 때(그래봐야 20대 초)는 강촌에 가면 위험하기 짝이 없게 어설프게 설치된 번지점프가 다인

줄 알았다.

군대에 가서 '막타워'를 하면서 그 빡센 훈련의 와중에도 이거 재밌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난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놀이동산 놀이기구들만 봐도 허옇게 질린다.

누가 '돈 받고 그거 탈래?, 돈 안받고 그거 안탈래?'하고 물어보면 난 후자를 선택한다.

그런데 번지점프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스므리한 막타워는 내게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그래서 마지막 유격때는 시간이 없어 한번만 뛴다는데도 3번이나 뛰었다. ^^*

 

번지줄을 매기위해 대기석에서 앉아있다. 정말 이 때 머리속은 텅 비었다.

저 당시 먹은게 없어 70키로 안 되었는데 일부러 충분히 몸무게를 표시하는지 75키로라고 해 놨네

그러던 어느 날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영화를 보았다.

일단 그 영화가 너무 좋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뉴질랜드의 번지점프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때를 맞춘듯 친구가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그리고 거기서 번지점프한 사진을 보여주는데 난 영화에 나온 그 다리만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사진만 가지고도 섬뜩한 높이라니...

아니 오히려 개념이 안서는 사진이었다 이게 높은건지 아님 그냥 그저 그런건지...

그 사진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134미터나 되는 번지점프였다. 

 

이제 번지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

후 나도 언젠가 거기서 뛰고 말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리고 정말 열에 아홉은 말리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멀쩡한 직장, 죽어라 모은 돈 다 날려가며

뉴질랜드를 향해 떠났다.

그렇게 뉴질랜드에 가고 나니 낵가 알던 두가지뿐이 아니라 정말 많은 번지점프의 종류가 있었다.

과연 번지의 나라라 불리울만도 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다. 돈이 많다면 상관없지만 한번 뛰기에도 벅찬 가격들이었다.

겨우 줄 하나 제공하는데 뭐가 그리 비싼건지...

그래서 어쩌다보니 5개월이나 지나고서야 번지점프를 하게 되었다.

 

드디어 번지대에 섰다. 그런데 오히려 이 때부터 평온이 찾아온다.

용기가 생겨서가 아니라 그냥 평화가 온다 ㅠ.ㅠ


과연 세계최초번지를 하느냐, 세계최고높이번지를 하는냐, 아니면 누구나 다 치켜세워 마지않는 

뛸 때 보이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102미터 번지를 하느냐.....

하지만 그래도 이왕 뛰는거 나중에 자랑이라도 하려면 최초보다는 최고가 낫겠지 싶어 134미터에

도전을 하기로했다.

미리 예약하고, 담날 가서 손등에 무식하게 써주는 몸무게결과를 받고, 미니버스에 몸을 맡기고

험한 계곡을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아찔할 정도로 깊은 계곡에 줄 몇가닥에 의지해 번지점프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너무 높아 다리에만 줄을 묶을수가 없기에 가슴과 다리에 다 줄을 매달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다시 몸무게를 재고 어떻게 보면 번지보다 더 아찔한 운반용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번지대에 갔다.

중간중간 투명하게 만들어 계곡 밑이 보이고, 서서히 내 차례가 다가오고, 갑자기 한국 친구들 중

제일 먼저 뛰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멀쩡하던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을 묶기위해 의자에 잠시 앉았을 때는 과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것인지 몰랐다.

뭔가 하고 있긴 한데 그게 뭔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거기 스탭이 시키는데로 줄을 묶고, 뭐라 그러는 소리가 나면 그냥 고개 끄떡이며 예스예스

해대고, 드디어 줄을 다 묶고 일으키더니 앞으로 가라고 한다.

머리 속에는 이미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넘은 발로 내 뒷꿈치를 툭툭치면서 앞으로 가라고 떠미니 난 그냥 밀리는대로 향하고

갑자기 보이는 번지대의 젤 끝 철판.......... 순간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어지고 말았다.

그땐 오만가지 생각도 이미 부질없었다. 머리속은 이미 텅비어버렸다.

저기 카메라 있으니 보고 웃으란다 ㅡㅡ;;

그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떨어질 것 같은데 나보고 손 흔들며 웃으라니.....

이런 잔인한 넘이 다 있나 하고 째려보려다가 시키는대로 매우 조심히 손을 흔들며 웃어보려했다.

(나중에 사진보고 눈물나게 불쌍해보였지만)

한번 심호흡을 크게하고 나니 그 넘 숫자센다 그리고 '번지!'그런다.

그 순간에 '어~! 우리나라하고 똑같이 말하네'하는 잡생각을 했다.

너무 무서워 없던 여유가 생겼던 것이었을까???

 

드디어 뛰었다!!!!!!!!!!!!!!!!!!!!!!!!!!!!!!!!!!!!!!!!!!!

두 눈 딱 감고 뛰려고했다. 그런데 갑자가 돈 생각이 난다. 그냥 두 눈 부릅뜨고 뛰었다.

하하하 한번에 뛰었다. 시간은 모르겠다. 뛰는 순간 무서웠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또 어느 찰나 바람이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저 계곡이 더 이상 무섭지도 않고 오히려 여유있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저 밑의 땅이 가까워져 오는데도 그게 마냥 좋았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위로 튕겨져 올라갈 때, 다시 몸이 내려오며 뒤집어져서 보이는 저기 위

번지대가 보일때는 또한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던지 난 이미 새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냥 그대로 있으면 새가 되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탭이 한번 튕기고 나면 줄을 잡아 당기라고 했는데 3번까지 그냥 그걸 즐겼다.

너무 행복했다.

 

한마리 새가 된 느낌을 뒤로 하고 다시 올라오고 있다.

어찌나 통쾌하고 시원하던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저기 위에서 뭐가 내려오는게 보인다.

이런 얼렁 몸을 바로 세울 끈을 찾기 시작했지만 잘 잡히지가 않는다.

이러다가 거꾸로 매달려서 끌려올라가는게 아닌가 싶었다.

간신히 줄을 찾았지만 이번엔 발에 걸려서 잘 잡아당겨지지가 않는다.

다행히 기계가 내려오기전에 몸을 바로 세우고 천천히 끌려올라가기 시작했다.

위에 올라갔을때는 환호해주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뿌뜻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영원으로 그 느낌이 남는 것 같다.
 

아래 사진들은 번지점프 시 네이비스 측에서 찍어 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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