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황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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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취 여행/오세아니아

2003년 호주 시드니

샤우트써니 2010. 5. 13. 19:00

2004년 4월에 싸이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을 거의 그대로 가졌왔습니다.

사진도 자동필카로 찍어서 현상해서 스캔해서 올렸던 거라 화질도 그렇게 않좋네요

티스토리 오면서 예전에 미니홈피에 올렸던 것들은 차근차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니 이해해주시기리

2003년 8월 추운 겨울..... (음.. 뭔가 이상하지 하지만 이상할 거 하나도 없다. ㅋㅋ)

뉴질랜드에 있으면서 이제 어느정도 적응을 했을 때

친구가 호주를 다녀오고 나니 왠지 나도 가고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들었다.

그래 정말 이번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갈 수 있겠냐는 생각뿐이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미 마음부터 호주에 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항공편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런데 젠장 역시 나의 영어실력은 형편없었다.

일상생활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는지 몰라도 외국에서 외국을 가려니 너무 복잡했다.

할 수 없이 친구 하나 여러번 괴롭히면서 간신히 한달 후 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호주에서 돌아오고 나면 2주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시간은 갔고, 드디어 다가온 호주에 가던날 뉴질랜드에 가던때만큼이나 두려움은 없었지만

완벽히 혼자라는 사실에 뭔가 다른 감정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경험이 나를 더욱 더 멋지게 만들 수도 있지만 어쩔 때는 모르는 것보다 못할 때도 있는법 아닌가.

뉴질랜드에 갈 때는 무대포정신으로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했는데, 이젠 내가 뭘 해야 할지 그리고

안들리던 말도 조금 들리니 그게 더 걱정이었다.

너무 어설프게 알고 있으니 차라리 예전처럼 아무것도 몰랐으면 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퀸스타운 공항에서 드디어 비행기에 오르고 3시간동안의 비행을 시작했다.

(겨울시즌이 되면 시드니와 퀸스타운 직항이 연결되며 가격이 많이 할인된다.)

걱정은 많았지만 그래도 부푼 꿈이 있었기에 지루하지 않은 3시간이었다.

뉴질랜드에 갈때 10여번은 말을 고쳐가며 해야 간신히 마실 수 있었던 맥주도 이번엔 단 한번의

주문에 성공을 하니 기분은 더욱 좋았다.

거기다 운도 따르는지 옆에 앉은 젊은 부부가 시드니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시드니 해안을

끼고 비행기가 선회할때는 친절하게 몸을 뒤로 젖히고 차근차근 설명까지 어찌나 잘해주던지

불안감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 창밖으로 보이는 오페라하우스의 모습은 내 심장을 두배는 빨리 뛰게 만들었다.

아직도 그 때의 감동을 잊을수가 없다.

도착한 날은 관광을 포기해야 했는데 시드니 공항에서부터 이미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항 비자심사대에서 쉽게 보내주면서도 왠지 표정이 이상했고, 손을 슬그머니 책상 밑으로 내리던

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경찰이 다가오더니 비자심사를 다시 하는거다. 그렇게 다시 보내주

서도 얼마나 의심스런 눈으로 보던지 정말 열이 받았다.

특히 백호주의가 심하다는 말을 듣고 간 것이라 더 그랬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어진 지하철 찾기 30분, 패스를 끊기까지 30분 아하~~~

시드니의 교통수단은 매우 잘 되어있다.

패스 하나만 끊으면 정해진 기간안에, 정해진 구역을 몇 번이라도 탈 수가 있다.

뭐 많이 알 필요는 없고 나같이 짧게 간다면 레드와 그린만 알면 충분했지만

레드는 시드니 구역중 홀수 구역만 갈 수가있다. 가격은 그 당시 38달러정도 되었다.

그린은 시드니 구역중 한군데인가 두군데 빼고 다 갈수 있다. 45달러정도 한것같다.

기간은 둘다 일주일이다. 그런데 굳이 한인촌을 가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레드면 충분하다.

그리고 젤 중요한 것은 내가 이것땜에 망한건데 레드건 그린이건 공항은 별개로 계산한다.

그래서 공항 교통은 따로 끊어야 한다. 만약 시드니에서 도착하고 다시 출발할 거라면 처음부터

왕복을 끊어야 한다. 편도와 왕복의 요금차는 너무 어처구니 없이 차이가 거의 없었다.


어쨋든 한참 고민을 하다가 짧은 시간에 갈 곳이 많지도 않았고, 경제사정의 어려움에 봉착하여

레드를 끊었다. 그리고 숙소는 YHA로 갈까 하다가 역시 경제사정이 안좋아 그냥 킹스크로스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빽팻커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 전철역을 나서자 마자 보이는 캔디바~~!!

(시드니의 킹스크로스는 우리나라의 청량리 588이라던가?)

음흉한 마음에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이미 해는 거의 다 져가고 있는 상황이라 숙소를

찾는게 급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다가오더니 '어디 찾으세요?' 그러는거다.

음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한국인 티가 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 당황은 의심과 황당함으로 곧 바뀌었다.

왜냐하면 그 여자 옷차림을 보니 좀 오래 산 것 같은데(후질구레하단 뜻이다.)

계속 말을 걸면서 숙소를 묻는게 자기가 아는 숙소로 데려가려는 것 같아보이고 믿음이 안가서 

그냥 내가 찾던 숙소를 찾아서 가겠다고했다.

그런데 이 여자, 분명 내가 아무리 초행이긴 하지만 다년간의 여행으로 다져졌고 정확한 지도도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알려주는 거다.

한참 그러고 있으니 짜증이나서 그냥 고맙다고 하고 알려준 방향으로 가는 척을하다가 그 여자

가는거 보고 내가 가려던 길로 갔다.

역시나 내가 한국에서 소문난 길치의 고수로 인정받고 살고 있지만 온몸의 신경세포 하나하나

다 곤두세우고 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말야~~

그렇게 숙소를 찾아가니 아이구야 이게 거지소굴인지 숙소인지...

하지만 아침에 공짜 식빵도 주고, 싼 맛에 그냥 머물기로 했다.

(삼일째 되던날 무지하게 후회했지만)

배정받은 방을 가보니 이미 거기서 한달째 살고있는 일본아그들 둘과 한국아그 하나가 있었다.

어떻게 된 숙소가 부엌이 없다. 빈 공간에 전자렌지 두개와 전자렌지윗판에 붙인 전기그릴만

있을 뿐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내 식량은 그날부터 사흘간 시리얼뿐이었으니까!

어쨋든 그 날 저녁은 무지막지하게 배가 고팠지만 가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 늦은

시간 우범지대를 혼자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너무나 피곤하기도 했다.

그렇게 첫날은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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