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황소처럼
경남 통영시 어촌마을 본문
회사 동료의 처가쪽 친척 어르신이 통영의 한 어촌에서 지내시는데 7~8월이 한철인 하모라는
바다장어를 시세보다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회사동료 몇몇이 의기투합하여 휴가 중 찾게
되었다.
작년 가족들과 난생처음 통영을 찾고 그 아름다움과 저렴한 해산물에 홀딱 반해 버렸는데
1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는데 그 때 방문한 통영의 관광지와는 또 다른 모습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영이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이 쉽게 찾거나 생각하지도 못 하는 한 어촌마을의
풍경은 유명한 관광지 못지 않는 멋진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작은 어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법 배가 떠다니고 정박해 있는 항구임에도 바다에 쓰레기나
기름띠 하나 찾을 수 없고 배가 정박해 있는 곳 밑 바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청청해역이 펼쳐졌다.
나중에 어르신이 자랑하시는 말씀이 이 곳은 미국 FDA에서 지정한 패류양식에 적합한 청정해역
으로 식당 하나 들어올 수 없는 보호구역이라는 말씀에 그 청량함이 이해될 수 있었다.
그동안 유명한 해변이나 찾았지 이렇게 관광객은 커녕 몇 가구 남지 않은 청청해역 어촌 방문은
처음인데 그 풍경에 찌는 듯한 무더위마저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쨋든 목적지에 오후 1시쯤 도착하니 벌써 상까지 차려서 계신데 어찌나 황공스럽던지 더운
날씨에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큰 그릇에 한 대접 담겨 있는 하모물회를 보니 염치불구하고
젓가락질하기 바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마을도 처음 찾아보지만 하모라는 바다장어도 처음 접하는데 꼭 붕장어보다 아나고라고
불리는 아나고회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훨씬 식감이 뛰어났다.
게다가 바다에서 바로 잡아온 것을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주시니 그 싱싱함은 가히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최고였고 말이다.
거기다 그 귀하다는 돌문어까지 한 상 가득 내어 주시니 머리는 둘바를 모르면서도 손은 염치 없이
움직이고 입은 정신 없이 받아 먹는데 후와~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점심이었다.
식사도 항구에 배를 대기 위해 띄어 놓은 평상 같은 곳에서 천막을 치고 먹으니 솔솔 불어오는
바다바람과 심하게 흔들리지 않는 파도의 움직임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배 터지게 먹고 나니 근심걱정 사라지고 슬슬 바다구경도 하고 마을도 살짝 둘러보며
한 여름 멋진 휴가를 만끽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좀 보내다 보니 4시쯤 바다에 나가셨던 바깥 어르신이 일을 마치고 들어 오시는데
배에 실린 하모들이 아주 힘이 좋아 보였다.
아이고 그런데 하모 떼러 온 사람에게 다 주지도 않으시고 또 하모를 잔뜩 꺼내시더니 이번엔 회로
떠주시는데 이거 염치는 이미 바다 건너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또
싱싱한 하모회를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잡어라면서 '달갱이' 표준어로 '성대'라는 물고기와 내륙에선 상상할 수 없는데 조기를
잡어로 취급하시면서 회로 떠서 주시는데 그것 또한 별미였다.
달갱이라는 물고기는 처음 봤는데 뻘건 것이 희한하게 생겼고, 조기를 회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않았는데 역시 바다에서 바로 잡아온 것이기에 가능한게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맛난 회로 배를 가득 채운 후 떠나려는데 또 하모회와 돌문어와 함께 달갱이와 조기를 손질해서 소금
까지 쳐서 싸주시는데 역시 우리 어르신들의 나누고자 하시는 정은 어디가도 느낄 수 없는 귀한 대접
이었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던 하루를 아주 잘 보냈다.
나중에 들으니 그날 먹은 돌문어와 잡어는 빼고 하모회만 하더라도 시중이 아닌 배에서 떼는 돈으로
80만원어치 정도 먹었다고 하니 아마 시중 횟집에서라면 두세배 이상은 지불했어야지 싶다.
그날 그 돈의 반밖에 드리지 못했는데 너무 과한 대접을 받은게 아닌가 싶다.
정말이지 회로만 제대로 배 채운 그날의 감사함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양식장에서 따온 굴을 옮기고 있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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