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황소처럼

2005년 02월 예술의전당 (명성황후) 본문

나의 발자취 여행/전시회, 공연

2005년 02월 예술의전당 (명성황후)

샤우트써니 2012. 1. 8. 22:52

 


조금 전 미녀는 괴로워 뮤지컬에 대한 리뷰를 쓰고 나니 괜히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본다.
사실 너무나 오래 되어서 뭘 쓰기도 뭣하지만 내 인생의 제대로 된 첫 뮤지컬이었고 또한 예술의 전당 같은 대규모 전문 공연장에서 본 최초의 공연이었다.
그전에 대학로 소극장이나 야외무대 또는 작은 공연들을 보기는 했지만 이런 공연은 사실상 처음었다.
지금의 아내와 같이 갔던 공연이었는데 일찌감치 결혼날짜를 잡고 차근차근 결혼준비를 하던 차에 명성황후가 다시 공연한다는 소식에 당시 너무나 보고싶기도 해서 좀 무리해서 보러 갔었다.
자리 명칭은 잘 생각나지는 않은데 어쨋든 두번째로 좋은 자석이었고 표값도 10여만원이 훌쩍 넘을 정도였는데 가물가물한 기억에 둘이 합쳐 거의 30만원정도 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그 공연을 보고나서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었다.
최고의 공연이었고, 환상적인 무대였으며, 지금까지도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 그런 공연이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이미 오래 전에 접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민망할 정도로 쓴 당시 짧게나마 올린 글이 있어 그대로 옮겨본다.

연출 윤호진
원작 이문열
각색 김광림
작곡 김희갑
작사 양인자
편곡 피터 케이시
안무 서병구
음악감독 김문정
무대미술 박동우
의상디자인 김현숙
조명디자인 최형호
기술감독 이종일
음향디자인 김기영

명성황후 이태원, 이상은, 김원정
고종 서영주, 윤영석
대원군 이희정
미우라 김성기
홍계훈 이필승, 서범석

관람 2005-02-05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R석

난생 처음 접합 뮤지컬 명성황후
다시 한번 생각해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간 TV나, 영화형태의 뮤지컬 아니면 예전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점심시간에 펼쳐지던 미니 뮤지컬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지난 10년간의 내공 또한 만만치 않은지 그 감동이란 접해 보지 않고는 그 어떤 찬사를 들어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두달 전 조기예매를 통해서 R석이라도 VIP석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관람을 하게 되었다.
한줄 앞, 바로 옆자리가 VIP석이었으니 자리에 앉고 나서 참 웃긴다는 생각을 했다.

생생한 현장은 2시간여를 앉은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게 흠뻑 빨아드리는 마력을 발산하고
웅장한 음악과 노래는 시종일관 가슴을 울리게 만든다.
다만 바로 뒤에 앉은 어느 무식한 여인네의 계속되는 박수 소리에 순간순간 짜증이 올라왔지만
그 무식한 여자 관람객 중 제일 먼저 박수 치기 시작해서, 제일 늦게까지 치는데 박수 소리는 또 제일 크다, 어느 때는 귀가 아플정도로
ㅡㅡ;; 그 덕에 막이 바귈 때 초반 소리는 상당부분 듣질 못했다.
명성황후나 대원군이나 그 들의 삶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뮤지컬 하나 만큼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수태굿이나 무과시험등, 맺음 극 어느 하나 나무랄데 없지만
특히나 '홍계훈'이 명성황후를 향한 애정을 독백하는 부분은 내가 느끼기에 최고의 감동이었다.
그래서 극이 끝나고 사인회가 열렸을 때 '홍계훈'역을 하신 분이 없어 조금 섭섭하긴했다.



서막

서곡과 함께 막이 오르면 1945년 8월 히로시마 상공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보인다. 무대가 밝아지면서 1896년 히로시마 지방법원의 민비 살해범 공판 장면이 나타난다. 재판장의 심문에 피고 미우라와 공범들은 일본천황에 대한 그들의 충성을 다짐할 뿐이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모두 무죄 판결을 받는다.

제 1 막

1장 - 1866년 봄 경복궁에서 고종과 민자영의 혼례가 이루어진다. 만백성의 축원속에 민비는 조선의 국모로서 고종을 성심껏 받들 것을 서약한다.

2장 - 조선을 섭정하는 대원군은 쇄국정책을 고수한다. 한편 어린 고종은 궁녀들과의 희락에 도취하여 나랏일에 무심하다. 민비는 사랑과 질투사이에서 방황하나 지혜롭게 마침내 고종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3장 - 무과시험에서 홍계훈은 장원에 오르고, 시위별감으로서 궁궐 수비 임무를 맡는다. 대원군은 세손이 없는 고종에게 후궁을 두기를 권유하고 민비는 무당 진령군을 불러들여 은밀히 굿판을 벌리며 득남을 기원한다. 한편 미국, 불란서, 독일의 상선이 문호개방을 요구하나, 대원군은 무력으로 그들을 쫓아 보낸다.

4장 - 천신만고 끝에 세자를 얻은 민비는 고종에게 친정을 펼칠 때가 되었음을 끈기있게 설득한다. 마침내 섭정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대원군은 훗날을 기약한다.

5장 - 수구파와 개화파의 당쟁사이에 고종은 번민하나 민비는 개화정책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설파한다. 눈앞의 이견을 노리는 세계 열강들 중에서 일본이 선택되고, 일본상인들은 교묘한 상술로 논간을 부린다. 구식군이 반란을 일으켜 일본인을 살해하고 민비의 처형을 요구하자 민비는 피신하고, 대원군이 권좌에 복귀하여 실종된 민비의 장례식을 치루기를 지시한다.

6장 - 고종은 민비를 그리워하며 살아있기를 기원한다. 청주 사가로 피신한 민비는 나라근심과 고종, 세자를 향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홍계훈은 민비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다.

7장 - 대원군은 원세개 장군에 의해 중국으로 추방되고, 일본공사 이노우에는 고종에게 반란군 괴수의 처형 및 보상금을 요구한다. 마침내 궁궐로 돌아온 민비는 고종과 함께 왕실을 지켜나갈 것을 서약한다. 일본수상 이토오 히로부미는 조선을 대동아 공영권 구축의 교두보로 삼는데 민비를 장애물로 지적한다. 이토오는 미우라를 소개하며 모두 천황에 대한 충성을 서약한다.


제 2 막

8장 - 12년후 1895년 봄에 경회루에서 갑오경장을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린다. 화관무가 끝난 후 고종은 외국사절들에게 새로이 태어난 조선을 축복해주기를 요청한다.

청일전쟁의 승리로 의기양양한 이노우에는 민비를 회유하려 하나 민비는 도리어 러시아를 끌어드리려 한다. 모두 조선의 미래를 위해 축배를 든다. 궁궐 밖의 아이들은 왜 때아닌 눈송이가 매화꽃 위에 내리는지 의아해 한다.

9장 - 이노우에는 훈련대를 양성하고 조선의 개혁을 지원하기 위하여 차관을 제공할 뜻을 표명하지만, 민비는 일본의 저의를 의심한다. 러시아, 불란서, 독일 대사들로부터 삼국간섭이 결정되었음을 알게된 미우라는 민비 암살계획을 서두른다.

10장 - 세자는 삼강오륜을 공부하고 고종과 민비는 세자의 앞날을 축복한다. 신임 일본정권 공사 미우라 고로는 고종을 알현하고, 조선의 앞날이 순탄할 것이라고 아뢴다. 그의 속셈을 간파한 민비는 일본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는 훈련대를 해산시킬 것을 고종에게 권유한다.

11장 - 민비가 불어를 배우고, 미우라는 '여우사냥' 작전개시를 선포한다. 외교관 부인들은 민비에게 일본의 횡포는 용납되지 않을 것 임을 다짐한다. 작전성공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다짐한 미우라와 낭인들은 천황을 위해 건배하며 '여우사냥' 의식을 거행한다.

12장 - 민비가 모처럼 세자와 행복한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때, 홍계훈 장군이 궁성 주변의 이상한 동태를 보고한다. 민비는 의연하게 대응하지만, 불안한 홍계훈은 자신의 첫사랑인 민비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맹세한다. 홀로 남은 민비는 왕비로 지낸 삼십년 세월에 대한 회한에 잠긴다.

13장 - 훈련대의 반란을 진정시켜 달라는 일본의 요청으로 궁궐 앞에 이른 대원군은 민비를 해치지 말라고 간청한다. 일본 낭인들이 궐안에 난입하고, 홍계훈은 이들과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는다.
상궁들은 민비의 피신을 간청하나 민비는 고종과 세자를 두고 갈수 없다며 거부한다. 낭인들은 민비의 처소까지 침입하여 민비의 소재를 밝히기를 거부하는 궁녀들을 참살한다. 마침내 민비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파란 만장한 일생을 마감한다. 세자는 오열하고, 고종과 대원군은 어쩌다 이런 비극을 보게 되었는지 탄식을 거듭한다.


맺음막
비탄에 잠겨있는 온 백성에게 민비의 혼이 나타나 모두 결연히 일어나 험난한 앞날에 맞서 줄 것을 당부하고 조선의 무궁을 기원한다. 막이 내린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