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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형님 만난 이야기

샤우트써니 2010. 7. 2. 08:24


실미도 영화자체도 매우 재밌게 봤지만 오히려 영화 이 외의 이야기가 더 기억이 난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에서 지내던 시절 갑자기 마을에 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영화 '실미도' 배우와 연출팀이 겨울장면을 찍기 위해 퀸스타운으로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놀러온 사람을 제외하고 장기 거주하던 한국사람이라고 해봐야 30명이나 되었을까?

학생은 기껏해야 10명정도 되었는데 평소에는 꼭꼭 숨어 잘 보이지도 않던 놈들이 난리가 났다.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유명인들을 (다른 연출분들께 죄송하지만)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소식은 작고 조용한 도시에 지루해하던 한국사람들에게는 충분히 큰 이슈였다.

본인 역시 혼자서도 영화관에 다닐 정도로 자칭 영화광이었기 때문에 강우석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

1~2년 전부터 '박하사탕', '나도 아내가~', '오아시스', '공공의 적' 등으로 언젠가 만나고 싶던 배우

설경구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나이값도 못하고 밤잠을 설쳤다.

그들이 왔고 어짜피 크기만 컸지 번화가라 하기에도 민망한, 번화건물(?)만 달랑 있는 동네인지라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하나 밖에 없는 쇼핑몰의 한 한인식당을 찾아가니 역시 그곳에 다들 있었지만, 설경구와 몇 배우들은

1층 푸드코트로 갔다고 하여, 잽싸게 찾아 내려가니 잉 아무도 없네?

그런데 미리 와서 기다리던 동생 하나가 이미 밥 먹고 방금 내 옆을 스쳐 나갔다는 것이다.

잉? 내가 설마 설경구를 몰라봤다고?

다시 잽싸게 거리로 나가 뒷모습을 보니 쌀집아저씨의 포스를 지니신 분이 걸어가고 있었다.

나와 함께 서너명이서 얼른 쫓아가 '저기요' 하니, 뒤돌아보시길래 '안녕하세요!' 했더니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시다.

뭐 당연하다 생각했다 여기까지 와서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반가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년간의 사회생활로 다져진 눈치를 발휘하여 '영화 정말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했더니

그제서야 얼굴이 확 피신다. 혹시 처음엔 연예인만 보면 쫓아다니는 한량으로 생각하셨나?

어쨋든 그렇게 인사와 길지 않은 대화를 하고 (막상 대면하자 머리가 허애져서 아무생각도 안나더라)

사진한장 같이 찍고 악수와 포옹을 끝으로 쉬시라고 놓아(?)드렸다

설경구형님 생각보다 키도 작지만 얼굴도 많이 작으신데, 은근한 내공이 느껴지는 배우답게 카리스마가

절로 뿜어져 나오시는게 참 멋지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날 안성기아저씨와 허준호형님은 안 오셨다는 이야기에 아쉬웠다.

정재영, 임원희, 강성진 형님들도 다 계셨지만 동생들만 우르르 쫓아가고,

난 당시 가장 보고 싶었던 분 중 한분을 만나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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