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황소처럼
청주 음식점들에 대한 추억 (부제: 사천동 닭갈비집의 무례) 본문
청주에 정착한지 어느덧 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전서 태어나 6년
서울서 대부분의 청춘인 20여년을 보내고
청주에서 가정을 일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처음 청주에 내려왔을 때 정말 답답했습니다.
하루종일 돌아녀도 두어시간면 구경할 거 다하고 할게 없어 무척이나 심심했는데, 이제는 극장도
많이 생기고, 돌아다니다 보니 박물관이나 공원들이 잘 된 곳이 너무나 많아 사람살기 참 좋은 곳
이란걸 느낍니다.
음식점도 처음에 그랬네요
한 2년여간은 정말이지 청주 음식 먹을 거 없다고 무지하게 타박하고 다녔습니다.
차이가 나봐야 날 것도 없는 BBQ치킨이나, 김가네김밥도 맛이 없어 먹다 버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회는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으니 먹을만했고, 양은 냄비에 나오던 매운갈비찜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특히 율량동 근처에 살면서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맛없는 음식점들만 모여 있냐 하면서
징징 거렸는데 그나마 회사사람들 소개로 '도널드꼬꼬'도 알게 되고, 발품 팔아 낙지닭갈비도
알게 되고 좀 시간이 지나 BBQ도 다시 먹을만해지고, 특히 사천동에 있는 '동아갈비'의 갈비와
묵은지갈비찌개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날도 왔네요.
뭐 계속 청주 살다보니 입맛이 변했을 수도 있거니 하겠지만 서울에 지인들이 대부분 있고, 본가
와 처가도 있어 자주 가다보니 그리 변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오창에 회사가 있어 오창에서 자주 식사를 하다보니 거의 서울권 사람들 입맛에 맞추어
장사를 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또한 그리 쉽게 변할 것 같지도 않고요.
어쨋든 이렇게 청주에서 처음엔 무척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나름 몇군데 소개를 해도 욕은 먹지
않을 것 같은 나는 주인을 아는데 주인은 나만 몰라보는 단골음식점들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서 몇군데 소개하자면
반암막국수라고 청주는 아니고 청원 오창에 위치에 있는데 두꺼비로 유명해진 집이기도 합니다.
물론 맛도 훌륭하긴 하지만 솔직히 두꺼비가 꽤 유명세를 올려주긴 한 것 같습니다.
경북집이라고 있는데 이 집은 전국 유일한 집으로 쏘가리백숙을 전문으로 합니다.
보기 전에는 먹기 전에는 믿을 수 없는 쏘가리백숙 정말 그 맛이 대단한데 좀 비싸긴 하지만
절로 원더풀을 외치게 됩니다.
효성반점도 유명한데 개인적으로 중국집가서 번호표 받고 먹기도 처음이거니와 청주사람 대부분
이 이 집의 짬뽕을 최고로 칩니다. 청주에서 제일 맛있는 짬뽕이라고 하는데 명불허전입니다.
율량반점도 매운 짬뽕으로 무척 유명한데 효성반점이 맛에 깊이가 좀 더 있다고 할까요.
안면도칼국수라고 청주 사람들 잘 모르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집입니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옛날 방식대로 밀고 밀어서 손칼국수를 만드시는데 겉절이와 무짠지와 같이
먹으면 일품이거니와 여름엔 콩국수도 있어서 사계절 내내 찾아가도 좋은 집이지요.
대운분식도 있는데 여긴 옥산에 있습니다. 이집은 오로지 콩나물밥과 김치찌개만 파는데 시골
구석에 있는 집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손님이 미어터집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물가가 많이 올라 그런지 양이나 맛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이집에서 점심 한끼 뚝딱하고 나면 그날 저녁 건너 뛰어도 될 만큼 든든했는데 말이죠
이상 위에 소개한 집을은 개별적으로 이미 블로그에 소개한 집들입니다.
그리고 몇몇 훌륭한 식당들이 있는데 천천히 시간 내면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식당들도 많았는데 역시나 대부분 오래 못가더군요
역사와 전통이 나름 있는 것인지 청주에 오래 계셨던 분들의 입맛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맛과 서비스로 오래도록 운영하시는 곳도 있더군요.
뭐 저는 한두번 이용하고는 이제 가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처음엔 매우 좋았는데 갑자기 확 돌변한 식당도 있는데, 단골처럼 뻔질나게 들락거리지는
않았지만 무려 5년을 넘게 찾던 곳인데 1년여 전부터 점점 변하기 시작하는데, 개인적으로 닭갈비
를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사는 동네에 딱 하나 있는 집이 처음 갔을 때 당시 청주에서 느꼈던 식당
들과 달리 춘천닭갈비 맛을 훌륭하게 내더군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1년쯤 되었나 회사 사람들과 같이 갔는데
맛이 변했다는 느낌이 확 나더군요.
양도 교묘하게 줄고, 양념도 아낀 것인지 어딘가 싱겁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아내가 친구와 함께 두어달 전 갔는데 더 이상해졌다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날 아내가 스트레스로 꽉 차 있는 상태여서 기분 전환할겸 닭갈비 집에 갔는데, 역시나
맛과 양 모든게 옛날 맛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여서 기분 좋게 먹고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졸려 하고, 신발 벗고 올라서는데가 두군데로 나뉘어 있고, 마침 이쪽에는 우리
밖에 없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바로 옆 테이블 주변에 있는 방석 하나만 가져와 구석에 누워 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 테이블에서 밥을 볶고 있던 여주인이 애들에게 짜증내는 말투로 정리한거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 제가 제자리에 놓고 갈테니 걱정마시라 했더니 계속 들은란 듯이 궁시렁 거리더군요.
너무 그러니까 짜증나서 아니 손님 밥 먹는데 꼭 그렇게 해야겠냐 정리하고 가면 되지 않냐 했더니
성질을 내면서 옆 테이블을 요란하게 치우더니 주방으로 가서 막 집어던지는 겁니다.
우선 제가 아이들 교육에 좀 엄격하고, 애들이 식당에서 뛰어다는거 무지 싫어해서 우리 애들은
공공장소나 식당에서 시끄럽게 했다가는 치도곤을 당하기에 절대 떠드는 일이 없습니다.
어쨋든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먹다 말고 계산하고 나오면서 남주인에게 아니 방석 하나 가져다
쓰는게 손님한테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거냐고 물으니까
남주인 하느말이 더 웃깁니다. '일단 사인부터 하시죠',
'아니 우리 애들이 떠들기를 했습니까?, 난장판을 쳤습니까? 겨우 방석 하나 가져다 얌전히 누운게
다 아닙니까!,
'일단 사인부터 하시고요',
'허.. 참 뭐라고요?',
'사인부터 하세요'
정말 대단하더군요 그래서 사인을 했습니다.
사인을 하자마자 남주인 왈 '그럼 손님은 뭘 그렇게 잘했습니까?'
'그럼 내가 못 한 건 뭡니까?',
'젊은 사람이 그러면 안되죠!' 이제 훈계를 합니다.
'제가 그렇게 젊게 보여요? 아 그건 고맙네요 그런데 저 안 젊어요 낼 모래 마흔이에요' 했더니
그 여주인 테이블 치우면서 '씨발' 이랍니다.
그래서 '뭐 씨발?! 왜 방석 두 개 가져다 썼으면 한대 치겠네요?' 했더니 남주인도 그 씨발 소리에
당황했는지 꿀먹은 벙어리가 되더군요.
저도 평소에 내성적이라 잘 나서지 않는데 나이가 서른을 반을 넘겨가면서 식당을 다녔지만 주인
한테 씨발 소리 듣기는 처음인지라 식당안에서 다른 손님도 있는데 좀 흥분했습니다. 그래서 '씨발
와~ 손님한테 씨발' 하면서 같은 소리를 여러번 했네요.
그런데 아이가 뒤에서 껴안고 말리는데 차마 더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그냥 나오기는 했는데 가족이 없었다면 제대로 뒤집을뻔 했습니다.
뭐 제 삼자들 입장에서는 두 사람 말 들어봐야 알겠다 하겠지만 애들이 떠든 것도 아니고, 궁시렁
거리는 소리에 그냥 기분 좀 상해서 사과나 들을까하고 좋게 물어본 건데 계산안하고 깽판칠까봐
사인부터 하라는 소리나 하고, 손님한테 욕을 하다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식당 다니면서 애들이 평소 조용히 하고 있고, 밥 먹다 졸려하면 오히려 주인이
와서 방석 몇개 더 깔아주는게 지금껏 다니던 식당들의 모습이었는데 정말 황당했습니다.
당시 무척 흥분해서 여기저기 글 올리려다 간신히 참았는데 오늘 식당 이야기 하다가 다시 흥분해
버렸네요.
어쩌다 이렇게 삼천포로 빠져서 이리 긴 글을 남겼는지
다시 지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길게 쓴 글 지우기도 아깝고, 다시 좀 흥분해서
성질도 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이런 식당 좀 혼나봐야 정신 차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냥 두려고 합니다.
물론 정확한 상호까지 올려서 다른 식당이 피해보지 말아야겠지만 어짜피 사천동에는 대신 피해를
볼만한 동일한 식당이 없네요